새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고 정신없는 나날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잠실 방이점의 마지막 불이 꺼지고, 시계 바늘이 새벽 2시 30분을 가리킨 뒤에도 대표님의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마포구의 본사를 두고 연고 없는 새로운 골목에 들어서며 지친 몸을 이끌고 마감한 팀원들과 함께 마주 앉는 늦은 저녁 식사 자리.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외식업의 거친 바닥을 다져온 그의 시선은 그 늦은 식탁 위에서 여전히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벽 두 시 반의 식탁
누군가는 물을지 모른다. 규모가 커지고 연차가 쌓였다면 마감이나 현장 직원들과의 사소한 자리는 이제 밑에 일임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대표님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벽 두 시 반에 마주하는 식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 하루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부딪혔을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 브랜드를 열면 모두가 날카로워집니다. 특히 잠실 방이동처럼 새로 시작하는 매장은 더 그렇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같이 밥을 먹어야 합니다.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식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매장을 지키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것은 트렌디한 브랜딩 기법이나 거창한 경영 이론이 줄 수 없는, 현장에서 뼈저리게 익힌 몸의 감각이었다.
16년 전 서면의 밤
마주 앉은 찌개 냄비가 끓어오를 때, 대표님은 문득 16년 전 부산 서면의 밤을 회상했다. 그때도 똑같았다.
새벽 늦게 마감을 하고, 온몸에 음식 냄새가 밴 채로 땀을 흘린 팀원들과 골목길 낡은 식당에 둘러앉았었다. 그 시절의 고단함과 막연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지금 눈앞의 젊은 직원들의 얼굴 위로 겹쳐 보인다고 했다.
지금 겪는 그 모든 고생과 방황은,
결국 더 단단해지기 위해 다 거쳐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현장의 숙련과 인내는 안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말한 의도적 연습의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라, 매일 밤의 피로를 팀원들과 함께 견뎌내며 외식업이라는 업의 본질을 몸에 새겨 넣은 것이다.
그 시절 서면 골목길의 불빛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단단한 경영 철학도 없었을지 모른다.
거쳐가는 자리가 남긴 것들
당시 서면에서 대표님과 새벽 마감을 함께하며 울고 웃었던 친구들은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대표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 지금은 대부분 외식업계에서 한자리씩 하거나 어엿한 자기 매장을 이끄는 대표들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원이 실수를 하거나 방황할 때, 그것을 실패로 단정 짓지 않고 '거쳐가는 과정'으로 믿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대표님이 먼저 그들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었기에, 그 밤의 식탁에 둘러앉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일어나는 대표님의 뒷모습에서, 사람을 남기는 진짜 장인의 직업윤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naroc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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